노자 도덕경 제7장은 하늘과 땅(자연)의 영원한 생명력의 근원을 설명하고, 그 원리를 본받는 성인(聖人)이 어떻게 자신의 생명과 안녕을 보전하는지에 대한 역설적인 지혜를 제시합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사사로움이 없을 때 오히려 자신의 존재가 보전된다는 도가적 '무사(無私)'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장입니다.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是以聖人
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非以其無私邪
故能成其私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오래 지속된다.
하늘과 땅이 능히 영원하고 오래갈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능히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
이로써 성인은,
자신을 뒤로 미루되, 오히려 앞서게 되고,
자신을 외면할지언정,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보존한다.
이는 그들이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능히 그 사사로움(개인의 안녕과 완성)을 이룰 수 있다.
💧 구절별 해설 및 해석 (逐句解說與解釋)
1. 天長地久 (천장지구)
o 문자적 의미: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오래 지속된다.
o 해설: '天(천)'은 하늘, '長(장)'은 길다, 영원하다는 뜻입니다. '地(지)'는 땅, '久(구)'는 오래되다, 지속되다, 영원하다는 뜻입니다. '天長地久'는 하늘과 땅이 아주 오래도록 변함없이 존재하고 지속된다는 의미로, 자연 우주의 영원성을 표현하는 상투적인 구절입니다.
o 해석: 이 구절은 자연 우주의 영원성을 선언하며, 만물의 근원인 도의 영원성과 연결될 자연의 속성을 제시합니다. 변함없이 존재하는 자연의 모습은 도의 불변성을 상징합니다.
2. 天地所以能長且久者 (천지 소이능장차구자)
o 문자적 의미: 하늘과 땅이 능히 영원하고 오래갈 수 있는 까닭은,
o 해설: '所以能~者'는 '~이 능히 ~할 수 있는 까닭/이유'를 나타내는 구문입니다. '能(능)'은 능히,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且(차)'는 그리고, 또한의 의미로 앞의 '長'과 뒤의 '久'를 연결합니다. '者(자)'는 ~하는 것, ~하는 사람 등의 의미로 문장의 주어를 받습니다.
o 해석: 앞 구절에서 제시된 하늘과 땅의 영원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그 영원함의 근원적인 이유를 묻는 전환 구절입니다. 무엇 때문에 자연은 그토록 오랫동안 변함없이 존재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3. 以其不自生 (이 기불자생)
o 문자적 의미: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이다.
o 해설: '以其~'는 '~하기 때문에', '~로 말미암아'라는 이유를 나타냅니다. '其(기)'는 대명사로 앞선 '天地'를 가리킵니다. '不自生'에서 '不(불)'은 ~하지 않다, '自(자)'는 스스로, 자신을, '生(생)'은 살다, 생겨나다, 존재하다는 뜻입니다. '不自生'은 문자 그대로 '스스로 생겨나지 않는다', '스스로 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살지 않는다' 등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문맥상 뒤따르는 내용과 연결하여 '자신의 존재나 이익만을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도가적 맥락에 부합합니다.
o 해석: 자연이 영원한 이유는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거나, 자신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려 애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자연은 그저 스스로 그러할 뿐, 어떤 의도나 욕심 없이 만물을 낳고 기르는 순환 과정에 자신을 내맡깁니다.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는 '무사(無私)'의 태도가 오히려 영원함을 가능하게 하는 역설적인 진리를 보여줍니다.
4. 故能長生 (고 능장생)
o 문자적 의미: 그러므로 능히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
o 해설: '故(고)'는 앞선 이유('以其불自生')에 대한 결론을 나타내는 접속사입니다 ('그러므로'). '能長生'은 '능히 오래 살 수 있다', 즉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o 해석: 자신을 위해 살지 않는 '불자생'의 태도가 곧 자연의 영원성('長生')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확히 합니다. 인위적인 생명 연장이나 자기 보존의 노력이 오히려 한계를 가지는 반면, 자연처럼 자신을 내려놓고 도의 흐름에 순응할 때 진정한 영원함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5. 是以聖人 (시이 성인)
o 문자적 의미: 이로써 성인은,
o 해설: '是以(시이)'는 '이로써', '그렇기 때문에'라는 뜻으로, 앞서 설명한 천지의 원리를 인간 세상, 특히 성인의 행동에 적용하겠다는 연결 구문입니다. '聖人(성인)'은 도를 체득하여 만물의 이치를 아는 이상적인 사람, 여기서는 지도자나 이상적인 인간상을 가리킵니다.
o 해석: 자연의 영원함이 '자신을 위해 살지 않음(불自生)'에서 비롯된다는 원리를 깨달았기 때문에, 성인은 그 원리를 자신의 삶에 적용합니다. 이제 그 적용 방식이 뒤따르는 구절에서 설명됩니다.
6. 後其身而身先 (후 기신 이 신선)
o 문자적 의미: 자신을 뒤로 미루되, 오히려 앞서게 되고,
o 해설: '後其身'에서 '後(후)'는 동사로 쓰여 '뒤로 하다', '늦추다', '중요하게 여기지 않다'는 뜻입니다. '其身'은 '그 자신'을 가리킵니다. '而(이)'는 접속사로 '~이지만', '~하여'의 의미입니다. '身先'에서 '身'은 자신, '先(선)'은 동사로 쓰여 '앞에 서게 되다', '우선시되다'는 뜻입니다.
o 해석: 성인은 자신을 앞세우거나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뒤로 미루거나 남에게 양보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할 때, 오히려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앞서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인위적으로 앞서려 하지 않을 때 오히려 앞서게 되는 '무위'의 역설적인 효과를 보여줍니다.
7. 外其身而身存 (외 기신 이 신존)
o 문자적 의미: 자신을 외면할지언정,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보존한다.
o 해설: '外其身'에서 '外(외)'는 동사로 쓰여 '바깥에 두다', '돌보지 않다', '벗어나다', '내려놓다'는 뜻입니다. '其身'은 자신입니다. '而身存'에서 '身存'은 '자신이 보존된다', '살아남는다', '안전해진다'는 뜻입니다.
o 해석: 성인은 자신의 몸이나 생명, 안녕 등을 지나치게 염려하거나 집착하여 보호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보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할 때, 오히려 자신의 몸이 보존되고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집착하고 움켜쥐려 할수록 잃게 되고, 내려놓을 때 보전되는 '무사'의 원리를 보여줍니다.
8. 非以其無私邪 (비이 기무사야)
o 문자적 의미: 이는 그들이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o 해설: '非以其~邪'는 '~때문이 아니겠는가?'라는 수사 의문문 구문입니다. '非(비)'는 아니다, '以其(이기)'는 ~때문에, '其(기)'는 성인을 가리킵니다. '無私(무사)'는 사사로움이 없음, 개인적인 욕심이나 집착이 없음, 이기심이 없음을 뜻합니다. '邪(야)'는 의문이나 감탄을 나타내는 어조사입니다.
o 해석: 앞서 성인이 자신을 뒤로 미루고 내려놓음으로써 오히려 앞서고 보전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얻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성인이 사적인 욕심이나 이기심, 자신에 대한 집착(私)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묻는 구절입니다. 성인의 역설적인 성공이 '무사'의 태도에서 비롯됨을 강조합니다.
9. 故能成其私 (고 능성 기사)
o 문자적 의미: 그러므로 능히 그 사사로움(개인의 안녕과 완성)을 이룰 수 있다.
o 해설: '故(고)'는 앞선 이유('非以其무私邪')에 대한 결론을 나타내는 접속사입니다. '能成其私'에서 '能成'은 능히 이루다, 달성하다는 뜻입니다. '其私'는 '그 자신의 사사로움'입니다. 여기서 '私'는 앞의 '無私'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쓰였으나, 단순한 이기적인 욕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무사'한 태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진정한 자기 보전, 안녕, 충족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사로움을 버림으로써 진정한 사사로움(자기 보전, 안녕)을 얻게 된다는 역설입니다.
o 해석: 성인이 이기심이나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무사'의 태도를 가졌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자신의 진정한 안녕이나 보전과 같은 '사적인 이익'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결론입니다. 자신에게 집착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오히려 불안정해지고 잃게 되지만, 자신을 내려놓고 도의 흐름에 따를 때 진정한 안정과 충족을 얻는다는 도가적 철학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일곱 번째 장은 자연의 모습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하늘과 땅은 아주 오래도록 변함없이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이 이렇게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하늘과 땅이 스스로 '나는 반드시 살아야 해'라고 애쓰거나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위해 살지 않기에, 오히려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연의 원리를 본받아, 도를 깨달은 성인은 다르게 행동합니다. 성인은 자신을 남보다 앞세우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뒤로 미룹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할 때, 오히려 자연스럽게 사람들보다 앞에 서게 됩니다. 또한 성인은 자신의 몸이나 생명을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움켜쥐려 하지 않고 마치 바깥에 놓아두듯 내려놓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 때, 오히려 자신의 몸이 보전되고 안전하게 지켜집니다.
성인이 이렇게 역설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그들이 사사로운 욕심이나 자신에 대한 집착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사사로움을 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은 자신의 진정한 안녕과 보전과 같은 '사사로운 이익'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제7장의 전체적인 의미와 중요성
o 자연의 영원성 원리: 하늘과 땅(자연)이 영원한 이유는 스스로의 생명이나 존재를 인위적으로 주장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불자생'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만물의 근원인 도의 영원성과 비주장성을 반영합니다.
o 성인의 무사(無私) 실천: 도를 따르는 성인은 이러한 자연의 원리를 본받아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後其身),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는(外其身) '무사'의 태도를 취합니다.
o 무사의 역설적 결과: 성인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내려놓음으로써 오히려 남보다 앞서게 되고(身先), 자신을 돌보지 않는 듯함으로써 오히려 안전하게 보전된다(身存)는 역설적인 결과를 얻습니다.
o 진정한 자기 보전의 길: 성인이 이러한 역설적인 결과를 얻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사로움이 없음(無私)'이며, 바로 '무사'함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보전과 안녕('成其私')을 이루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합니다. 이기적인 집착이 오히려 자기를 해친다는 도가적 통찰을 보여줍니다.
제7장은 도가 사상의 핵심인 '무사'와 그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입니다. 자신을 비우고 낮추며 집착하지 않는 '무위'와 '무사'의 태도가 역설적으로 개인의 안녕과 영원함을 보장한다는 심오한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노자: 마음의 평화를 위한 지혜 > 도덕경: 자연과 나를 이해하는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자 도덕경 제9장: 과유불급(過猶不及)과 지족(知足) (0) | 2025.05.05 |
---|---|
노자 도덕경 제8장: 상선약수(上善若水) (0) | 2025.05.05 |
노자 도덕경 제6장: 곡신불사(谷神不死)와 현빈(玄牝) (0) | 2025.05.05 |
노자 도덕경 제5장: 상대적 개념과 성인의 무위 (0) | 2025.05.05 |
노자 도덕경 제4장: 도(道)는 텅 비어 있으나 다함이 없다 (0) | 2025.05.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