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제15장은 옛날에 도(道)를 잘 닦고 체득했던 이상적인 인물('善為士者', 도사 또는 현인)들이 어떤 모습과 특징을 지녔는지 묘사하는 장입니다. 그들의 깊고 헤아릴 수 없는 내면과, 외적으로 드러나는 여러 가지 겸손하고 신중하며 자연스러운 태도를 비유를 통해 설명하며, 도를 따르는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古之善爲士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夫唯不可識 故強爲之容
豫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隣 儼兮其若客 渙兮其若冰之將釋 敦兮其若樸 曠兮其若谷 混兮其若濁
孰能濁以靜之徐清
孰能安以動之徐生
保此道者不欲盈
夫唯不欲盈 故能蔽而新成
(참고: 도덕경의 판본에 따라 일부 구절의 순서나 글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위 원문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판본 중 하나를 따릅니다. 특히 '榮辱若驚'과 '貴大患若身' 뒤에 설명 구절이 붙는 판본과 그렇지 않은 판본이 있는데, 여기서는 설명 구절이 붙는 판본을 기준으로 해설하겠습니다.)
옛날에 도를 잘 실천하던 이들은 미묘하고 현묘하여 그윽한 이치에 통달했으니,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노라.
오직 알 수 없기에, 애써 그 모습을 그려 보려 하노라.
조심스럽기가 겨울 강을 건너는 듯하고,
망설이기가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는 듯하며,
엄숙하기는 손님 같고,
풀어지기는 마치 얼음이 녹아내리는 듯하며,
순박하기는 다듬지 않은 통나무 같고,
너그럽기는 텅 빈 골짜기 같으며,
뒤섞이기는 흐린 물 같으니라.
누가 능히 흐린 것을 고요히 하여 서서히 맑게 할 수 있는가?
누가 능히 고요한 것을 움직여 서서히 생동하게 할 수 있겠는가?
이 도를 지키는 자는 가득 차려 하지 않나니,
오직 가득 차려 하지 않기에, 소박하고 부족한 듯 보여도 능히 새롭게 완성될 수 있느니라.
💧 구절별 해설 및 해석 (逐句解說與解釋)
1. 古之善爲士者 微妙玄通 深不可識 (고지 선위사자 미묘현통 심 불가식)
o 문자적 의미: 옛날에 도를 잘 실천하던 이들은 미묘하고 현묘하여 그윽한 이치에 통달했으니,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었노라.
o 해설: '古之善爲士者'는 '옛날(古之)에 선비 노릇을 잘했던(善爲士者)' 사람들입니다. '士(사)'는 원래 하급 관료나 지식인을 가리켰으나, 여기서는 도를 닦아 높은 경지에 이른 현인, 도사, 또는 이상적인 사람을 의미합니다. '微妙玄通(미묘현통)'은 '미묘(微妙)하고 현묘(玄)하여 통달했다(通)'는 뜻입니다. '微妙'는 깊고 섬세하여 알기 어렵다는 뜻이고, '玄通'은 도의 오묘한 진리에 통달했다는 뜻입니다. '深不可識(심불가식)'은 '깊어서(深) 알 수 없다(不可識)'는 뜻입니다.
o 해석: 옛날에 도를 잘 닦았던 사람들은 그 내면이 지극히 깊고 오묘하며 도의 진리에 통달하여 일반적인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오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들의 겉모습이나 말로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었습니다.
2. 夫唯不可識 故強爲之容 (부유 불가식 고 강위지 용)
o 문자적 의미: 오직 알 수 없기에, 애써 그 모습을 그려 보려 하노라.
o 해설: '夫唯(부유)'는 강조의 어조사로 '대저 오직', '무릇 오직'이라는 뜻입니다. '不可識'은 앞 구절에서 나온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故(고)'는 '그러므로'. '強爲之容(강위지용)'에서 '強(강)'은 억지로, 애써서. '爲之容'은 '그것(之)의 모습(容)을 만들다(爲)', 즉 묘사하다는 뜻입니다.
o 해석: 그들의 진정한 모습이나 내면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노자는 그들의 외적으로 드러나는 태도나 모습('容')을 억지로라도('強為') 묘사하여 그들의 특징을 설명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도를 따르는 사람의 본질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그들이 세상에 드러내는 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3. 豫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隣 儼兮其若客 渙兮其若冰之將釋 敦兮其若樸 曠兮其若谷 混兮其若濁 (예혜 약동섭천 유혜 약외사린 엄혜 기약객 환혜 기약빙지 장석 돈혜 기약박 광혜 기약곡 혼혜 기약탁)
o 문자적 의미: 조심스럽기가 겨울 강을 건너는 듯하고, 망설이기가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는 듯하며, 엄숙하기는 손님 같고, 풀어지기는 마치 얼음이 녹아내리는 듯하며, 순박하기는 다듬지 않은 통나무 같고, 너그럽기는 텅 빈 골짜기 같으며, 뒤섞이기는 흐린 물 같으니라.
o 해설: 이 구절은 옛 도사들의 일곱 가지 특징을 비유로 묘사합니다. 각 비유 뒤에 붙는 '兮(혜)'는 감탄이나 어조를 나타내는 어조사입니다.
- 豫兮若冬涉川(예혜 약동섭천): '豫(예)'는 망설이다, 조심하다. '若冬涉川'은 '마치 겨울에 얼어붙은 강을 건너는 듯이'. 겨울 강을 건널 때처럼 얼음이 깨질까 봐 매우 조심하고 신중하다는 비유입니다. (신중함, 경계심)
- 猶兮若畏四隣(유혜 약외사린): '猶(유)'는 주저하다, 경계하다. '若畏四隣'은 '마치 사방의 적을 두려워하는 듯이'. 항상 주변 상황을 경계하고 조심스럽게 행동한다는 비유입니다. (경계심, 신중함)
- 儼兮其若客(엄혜 기약객): '儼(엄)'은 엄숙하다, 공경스럽다. '其若客'은 '마치 손님과 같이'. 자신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듯 조심스럽고 공손하며 예의 바른 태도를 취한다는 비유입니다. (엄숙함, 공손함, 세상과의 거리)
- 渙兮其若冰之將釋(환혜 기약빙지 장석): '渙(환)'은 흩어지다, 녹다, 자유롭다. '其若冰之將釋'은 '마치 녹으려는 얼음과 같이'. 굳어 있거나 고집스럽지 않고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풀어지고 변화에 잘 적응한다는 비유입니다. (유연함, 적응성, 얽매이지 않음)
- 敦兮其若樸(돈혜 기약박): '敦(돈)'은 돈독하다, 순박하다, 질박하다. '其若樸'은 '마치 다듬지 않은 나무토막(朴)과 같이'. 인위적으로 꾸미거나 다듬지 않은 순수하고 소박한 본성을 지녔다는 비유입니다. (순수함, 소박함, 본연의 모습)
- 曠兮其若谷(광혜 기약곡): '曠(광)'은 텅 비다, 넓다, 마음이 열리다. '其若谷'은 '마치 텅 빈 골짜기(谷)와 같이'. 마음이 텅 비어 어떤 것도 담을 수 있을 만큼 넓고 열려 있으며, 욕심이 없다는 비유입니다. (마음의 비움, 겸손함, 수용성)
- 混兮其若濁(혼혜 기약탁): '混(혼)'은 뒤섞이다, 혼란스럽다. '其若濁'은 '마치 흐린 물(濁)과 같이'. 겉보기에는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세상과 뒤섞여 구별되지 않는 듯하며, 자신의 총명함을 감추고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비유입니다. (총명함의 감춤, 세상과의 조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
o 해석: 이 일곱 가지 비유는 도를 따르는 사람들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줍니다. 그들은 지극히 신중하고 경계심이 많으며, 세상에 대해 공손하고 겸손한 태도를 취합니다. 또한 유연하고 순응적이며, 인위적인 꾸밈 없이 소박합니다. 마음은 텅 비어 너그럽고, 겉으로는 총명함을 드러내지 않고 세상과 어울립니다.
4. 孰能濁以靜之徐清 (숙능 탁 이 정지 서청)
o 문자적 의미: 누가 능히 흐린 것을 고요히 하여 서서히 맑게 할 수 있는가?
o 해설: '孰能(숙능)'은 '누가 능히 ~할 수 있는가?'라는 구문입니다. '濁以靜之徐清'에서 '濁(탁)'은 흐린 것, 혼란스러운 상태를 가리킵니다. '以靜之徐清'은 '고요히 함으로써(以靜之) 서서히(徐) 맑게 하다(清)'는 뜻입니다. '之'는 앞의 '濁'을 가리킵니다.
o 해석: 혼란스럽거나 복잡하게 뒤얽힌 상황(흐린 것)을 인위적인 힘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하고 기다림으로써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되고 상태가 맑아지도록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이는 무위(無為)와 허정(虛靜)을 통해 자연스러운 해결과 치유를 이끌어내는 도가적 지혜와 능력을 묻는 것입니다.
5. 孰能安以動之徐生 (숙능 안 이 동지 서생)
o 문자적 의미: 누가 능히 고요한 것을 움직이게 하여 서서히 생겨나게 할 수 있는가?
o 해설: '孰能(숙능)'은 앞 구절과 같습니다. '安以動之徐生'에서 '安(안)'은 고요함, 안정된 상태를 가리킵니다. '以動之徐生'은 '움직이게 함으로써(以動之) 서서히(徐) 생겨나게 하다(生)'는 뜻입니다. '之'는 앞의 '安'을 가리킵니다.
o 해석: 아무런 움직임 없이 고요하고 정체된 상태(고요한 것)에서 인위적으로 급하게 뭔가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고, 도의 자연스러운 작용에 따라 움직이게 함으로써 서서히 생명력과 활력이 생겨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라는 질문입니다. 이는 정지된 상태에서 인위적인 힘이 아닌 자연스러운 동력으로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내는 도가적 방식을 묻는 것입니다. 앞의 질문과 함께, 인위적인 노력이 아닌 자연의 이치에 따른 변화와 생성을 주도하는 도인의 능력을 강조합니다.
6. 保此道者不欲盈 (보차도자 불욕영)
o 문자적 의미: 이 도를 지키는 자는 가득 차려 하지 않나니,
o 해설: '保此道者'는 '이 도(此道)를 보전하는(保) 사람(者)'입니다. '不欲盈(불욕영)'은 '~하려 하지 않는다(不欲)', '가득 차다/완성되다(盈)'는 뜻입니다. 여기서 '盈'은 물리적인 가득 참을 넘어, 자신의 능력, 지식, 성과 등이 완벽하게 완성되었다고 여기는 자만심이나 만족감, 또는 어떤 상태가 더 이상 변화하거나 발전할 여지가 없이 꽉 찬 정체 상태를 의미합니다.
o 해석: 도를 체득하고 그 원리를 삶에서 지키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이나 능력, 성과 등에 대해 만족하여 '이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완성되었다'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상태가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다고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항상 겸손하고 부족함을 인정하며, 완전함이나 만점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말합니다.
7. 夫唯不欲盈 故能蔽而新成 (부유 불욕영 고 능 폐 이 신성)
o 문자적 의미: 오직 가득 차려 하지 않기에, 소박하고 부족한 듯 보여도 능히 새롭게 완성될 수 있느니라.
o 해설: '夫唯불欲盈'은 앞 구절의 '불欲盈'을 강조합니다 ('대저 오직 가득 차려 하지 않기 때문에'). '故(고)'는 '그러므로'. '能蔽而新成'에서 '能(능)'은 능히, ~할 수 있다. '蔽(폐)'는 가리다, 숨기다, 소박하다, 다듬지 않다 등의 의미가 있습니다. '而(이)'는 접속사. '新成(신성)'은 새롭게 완성되다, 새롭게 이루어지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완성된다는 뜻입니다.
o 해석: 성인이나 도를 따르는 사람이 자신의 지식, 능력, 성과 등에 대해 만족하여 가득 찬 상태('盈')를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항상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손한 상태(蔽, 소박하고 감추어진 모습)를 유지하며,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발전하고 완성될 수 있다는 역설입니다. 완벽함을 추구하며 멈추는 대신, 부족함을 인정하고 비워둘 때 오히려 끝없이 성장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간다는 도가적 지혜를 보여줍니다.
열다섯 번째 장에서는 옛날에 도를 잘 닦았던 분들이 어떤 분이었는지 그 모습을 이야기합니다.
그분들은 내면이 너무나 미묘하고 오묘하여 도의 진리에 깊이 통달했지만, 그 깊이를 일반적인 사람들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그처럼 겉으로는 헤아릴 수 없기에, 억지로라도 그분들의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나 모습들을 비유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분들은 마치 추운 겨울 얼어붙은 강을 건널 때처럼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했으며, 사방의 적을 경계하는 듯 늘 주변 상황에 대해 조심스러웠습니다. 또한 세상에 잠시 들른 손님처럼 엄숙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마치 녹으려는 얼음처럼 딱딱하지 않고 유연하며 자연스럽게 변화에 적응했습니다. 꾸미거나 다듬지 않은 나무토막처럼 순수하고 소박한 본성을 지녔고, 골짜기처럼 마음이 텅 비어 너그럽고 모든 것을 수용했습니다. 그리고 흐린 물처럼 겉보기에는 명확하지 않고 세상과 뒤섞여 보였습니다. (자신의 총명함을 일부러 드러내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뒤얽힌 상황(흐린 것)을 인위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하고 기다림으로써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되고 맑아지도록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아무런 움직임 없이 고요하고 정체된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급하게 뭔가를 만들지 않고, 도의 자연스러운 작용에 따라 서서히 생명력과 활력이 생겨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바로 도를 아는 사람들입니다.
이 도를 따르며 자신의 삶에서 도를 보전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 능력, 성과 등이 '이것으로 충분하다', '나는 완성되었다'라고 생각하며 가득 차려(만점에 이르려) 하지 않습니다. 대저 오직 그렇게 자신을 가득 채우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항상 부족함을 인정하고 소박하고 겸손한 상태를 유지하며,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발전하고 완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 제15장의 전체적인 의미와 중요성
제15장은 다음과 같은 핵심 사상을 제시합니다.
- 이상적인 도인의 모습: 제15장은 도를 체득한 이상적인 인간형('善為士者')의 내면적 깊이와 외적으로 드러나는 태도를 묘사합니다. 그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오하며, 겉으로는 신중함, 경계심, 겸손함, 유연함, 소박함, 개방성, 총명함의 감춤 등 다양한 미덕을 보입니다.
- 자연스러운 변화와 생성의 주도: 도인은 인위적인 노력 없이 고요함 속에서 혼란을 해소하고(濁以靜之徐清), 정지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생명력을 이끌어냅니다(安以動之徐生). 이는 도의 자연스러운 작용 원리를 체득했음을 보여줍니다.
- 불욕영(不欲盈)의 지혜: 자신의 지식, 능력, 성과에 대해 '가득 찼다'고 만족하거나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불욕영'의 태도가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 겸손함과 끊임없는 발전: '불욕영'의 태도를 가졌기 때문에, 도인은 항상 부족함을 인정하고 소박한 상태를 유지하며(蔽), 그 결과 끊임없이 새롭게 발전하고 완성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제시합니다(新成).
제15장은 추상적인 도의 개념을 구체적인 인간상에 투영하여 보여주는 중요한 장입니다. 도를 따른다는 것이 단순히 이론적인 이해를 넘어, 삶의 태도와 처세 방식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생생한 비유를 통해 설명합니다. 겸손, 신중함, 유연함, 그리고 완전함에 대한 집착을 버릴 때 얻게 되는 끊임없는 성장과 조화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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