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제56장: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2025. 5. 8.

 

노자 도덕경 제56장은 도(道)에 대한 진정한 앎과 깨달음은 언어나 인위적인 지식으로 표현될 수 없으며, 오히려 침묵과 내면의 고요함 속에서 이루어짐을 강조하는 장입니다.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라는 유명한 구절을 통해 말과 지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도를 아는 사람('知者')이 세상을 대하는 여섯 가지 '화동(和同)'의 태도를 제시하며, 이러한 태도야말로 도의 근원적인 덕인 '현동(玄同)'의 경지임을 설명합니다.

말을 하지 않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모든 것과 하나 되는 깊은 고요함.

 

 

📜 원문 (原文)

  56   

知者不言
言者不知
塞其兌 閉其門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是謂玄同
故不可得而親
不可得而疏
不可得而利
不可得而害
不可得而貴
不可得而賤
故為天下貴

 

📃 원문 의미

  56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그것(감각/욕망의 통로)을 막고 그 문을 닫으면,
그 날카로움을 꺾고, 그 뒤얽힘을 풀며, 그 빛을 부드럽게 하고, 그 먼지와 하나가 된다.
이것을 현동(玄同, 현묘한 하나됨)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것은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멀리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이롭게 할 수 없으며,
해롭게 할 수도 없다.
귀하게 할 수 없으며,
천하게 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천하에서 가장 귀한 존재가 된다.

 

💧 구절별 해설 및 해석 (逐句解說與解釋)

 

1. 知者不言 言者不知 (지자 불언 언자 부지)

o  문자적 의미: 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o  해설: '知者(지자)'는 진정한 지혜, 즉 도를 깨달아 아는 사람입니다. '不言(불언)'은 말하지 않는다, 침묵한다, 말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言者(언자)'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 인위적인 지식이나 이론으로 도를 설명하려 하는 사람입니다. '不知(부지)'는 알지 못한다, 진정한 도를 깨닫지 못했다.

 

o  해석: 도(道)는 인간의 언어와 개념으로 완전히 포착할 수 없는 초월적인 진리이기 때문에 (제1장 참조), 도를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은 그 심오한 진리를 말로써 다 표현하려 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말로 도를 설명하고 논쟁하는 사람들은 도의 진정한 본질을 깨닫지 못한 상태입니다. 말은 도를 설명하는 도구일 뿐, 도 자체는 언어를 넘어선 침묵의 영역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2. 塞其兌 閉其門 (새기태 폐기문)

o  문자적 의미: 그것(감각/욕망의 통로)을 막고 그 문을 닫으면,

 

o  해설: 제52장에서 자신을 보전하기 위한 수양 방식으로 제시된 구절과 같습니다. '塞其兌 閉其門'은 인간의 감각 기관(눈, 귀, 입 등)이나 외부 세계와의 통로, 또는 욕망과 집착이 들어오는 마음의 문을 막고 닫는 것을 비유합니다. 외부의 자극과 인위적인 분별심으로부터 마음을 지키는 수행을 의미합니다.

 

o  해석: 도의 진정한 앎은 외부의 감각적 자극이나 인위적인 분별심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외부로부터 닫고 내면의 고요함 속으로 침잠할 때 가능함을 시사합니다. '말하지 않음(不言)'과 연결되는 내면의 비움과 고요함을 강조합니다.

 

3.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좌기예 해기분 화기광 동기진)

o  문자적 의미: 그 날카로움을 꺾고, 그 뒤얽힘을 풀며, 그 빛을 부드럽게 하고, 그 먼지와 하나가 된다.

 

o  해설: 제4장에서 도의 작용 방식 또는 도를 따르는 사람의 태도를 묘사했던 구절과 같습니다.

  • '挫其銳(좌기예)': 인위적인 강함이나 날카로움, 두드러짐을 버림.
  • '解其紛(해기분)':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을 자연스럽게 해결함.
  • '和其光(화기광)': 자신의 재능이나 총명함을 드러내지 않고 부드럽게 조화시킴.
  • '同其塵(동기진)': 가장 보잘것없고 낮은 곳(먼지)과도 하나 되어 어울림.  

 

o  해석: 도를 아는 사람은 인위적인 강함과 날카로움, 복잡한 분별, 과시적인 총명함을 버리고,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태도를 취하며 가장 낮은 곳에 처하여 세상과 하나 됩니다. 이는 '말하지 않는(不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도인의 외적인 모습이자, 내면의 고요함이 외부로 발현되는 방식입니다.

 

4. 是謂玄同 (시위 현동)

o  문자적 의미: 이것을 현동(玄同, 현묘한 하나됨)이라고 한다.

 

o  해설: '是謂(시위)'는 앞서 설명된 태도('塞其兌 閉其門'부터 '同其塵'까지)를 가리킵니다. '玄同(현동)'은 '현묘한(玄) 하나됨/같아짐(同)'이라는 뜻입니다. 도(道)의 근원적인 통일성(제1장, 39장, 42장 참조)을 깨닫고 세상 만물과 하나 되는 경지, 또는 도를 따르는 사람이 모든 대립과 분별을 초월하여 만물과 조화롭게 하나 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o  해석: 외부 감각과 욕망을 차단하고, 인위적인 특성을 내려놓고, 세상의 낮은 곳과 하나 되어 어울리는 이러한 태도는 인간의 얕은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도(道)의 근원적인 통일성과 만물의 조화로움에 다다른 '현묘한 하나됨'의 경지라고 부릅니다.

 

5. 故不可得而親 不可得而疏 不可得而利 不可得而害 不可得而貴 不可得而賤 (고 불가득 이친 불가득 이소 불가득 이리 불가득 이해 불가득 이귀 불가득 이천)

o  문자적 의미: 따라서 그것은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멀리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이롭게 할 수 없으며, 해롭게 할 수도 없다. 귀하게 할 수 없으며, 천하게 할 수도 없다.

 

o  해설: '故(고)'는 앞선 '玄同'의 경지에 이르면 나타나는 결과를 설명합니다. '不可得而~(불가득 이~)'는 '그것(玄同의 상태)을 얻어서(得而) ~할 수 없다(不可)'. '親(친)', '疏(소)', '利(리)', '害(해)', '貴(귀)', '賤(천)'은 인간이 세상을 대하는 대립적인 태도나 평가 기준입니다. '친하고 멀리함', '이롭고 해로움', '귀하고 천함'.

 

o  해석: 도의 현묘한 하나됨(玄同)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세상의 이러한 대립적인 관계나 평가 기준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습니다. 특정 대상과 친밀해지거나 멀어지지도 않고, 이롭거나 해롭게 여기지도 않으며, 귀하게 대하거나 천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모든 분별과 차별을 초월하여 만물을 있는 그대로 공평하게 대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6. 故為天下貴 (고 위 천하귀)

o  문자적 의미: 그러므로 천하에서 가장 귀한 존재가 된다.

 

o  해설: '故(고)'는 앞선 모든 대립과 분별을 초월한 결과입니다 ('그러므로'). '為天下貴(위천하귀)'는 '천하의(天下) 귀한 것(貴)이 된다(為)'. 제13장에서 자신을 내려놓는 '무사(無私)'를 통해 '天下貴'(천하의 귀한 것)가 된다고 한 것과 연결됩니다.

 

o  해석: 세상의 모든 대립적인 가치 판단과 관계에서 벗어나 만물을 공평하게 대하는 '현동'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역설적으로 세상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 존재가 됩니다. 자신의 사심과 분별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만물의 존경을 얻는다는 역설입니다.

 

🌳 전체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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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여섯 번째 장은 진정한 앎은 말로 다 할 수 없으며, 도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 세상을 대하는지 이야기합니다.

 

도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그 심오한 진리를 '말로 설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말로 도를 설명하고 논쟁하는 사람은 도의 진정한 본질을 '알지 못합니다'.

 

도를 깨닫기 위해서는 외부의 감각적인 자극과 욕망이 들어오는 통로를 막고, 마음의 문을 닫아야 합니다. 그리고 인위적인 강함이나 날카로움을 꺾고, 복잡한 생각의 뒤얽힘을 풀며, 자신의 재능이나 총명함을 드러내지 않고 부드럽게 조화시키고, 가장 낮은 곳과도 하나 되어 어울려야 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인간의 얕은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도(道)의 근원적인 통일성과 만물의 조화로움에 다다른 '현묘한 하나됨(玄同)'의 경지라고 부릅니다.

 

이 '현묘한 하나됨'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세상의 모든 대립적인 관계나 평가 기준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습니다. 그는 특정 대상과 '친밀해지거나 멀어지지도 않고', '이롭거나 해롭게 여기지도 않으며', '귀하게 대하거나 천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모든 분별과 차별을 초월하여 만물을 있는 그대로 공평하게 대합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현묘한 하나됨'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세상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 존재'가 됩니다.

 

🌟 제56장의 전체적인 의미와 중요성

제56장은 다음과 같은 핵심 사상을 제시합니다.

 

  1. 지자불언 언자부지(知者不言, 言者不知): 도가 사상의 가장 유명한 구절 중 하나로, 언어와 지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도의 진정한 앎이 언어를 초월한 영역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2. 내면의 비움과 외적 태도: 도를 아는 사람은 외부 감각/욕망 차단(塞其兌 閉其門)을 통해 내면의 고요함을 얻고, 이는 외적으로 인위적인 강함/과시를 버리고 낮은 곳에 처하는 태도(挫其銳~同其塵)로 발현됩니다.
  3. 현동(玄同)의 경지: 외부/내부의 모든 대립과 분별을 초월하여 도의 통일성과 하나 되는 이상적인 상태를 '玄同'이라고 부르며, 이는 인간의 얕은 이해를 넘어서는 심오한 경지입니다.
  4. 대립 초월의 결과: 현동의 경지에 이르면 친함/멀리함, 이로움/해로움, 귀함/천함과 같은 인간적인 대립적 가치 판단과 관계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게 됩니다.
  5. '為天下貴'의 역설: 모든 대립과 분별을 내려놓고 자신을 낮춘 사람이 역설적으로 세상 모든 존재로부터 존경받는 '천하의 귀한 것'이 됨을 강조합니다.

 

제56장은 도가 사상의 인식론(앎의 본질), 수행론(내면 비움), 처세론(대립 초월), 그리고 이상적인 경지(현동)를 아우르는 매우 중요한 장입니다. 말과 지식의 한계를 넘어선 도의 심오함을 보여주고, 자신을 비우고 모든 대립을 초월할 때 진정한 평안과 조화, 그리고 존경을 얻을 수 있다는 심오한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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