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노자 도덕경

노자 도덕경 제51장: 도(道)의 생성과 덕(德)의 양육, 그리고 현덕(玄德)

Change Book 2025. 5. 7.

노자 도덕경 제51장은 만물(萬物)이 근원인 도(道)로부터 어떻게 생겨나고, 덕(德)의 힘으로 어떻게 길러지고 완성되는지를 설명하는 장입니다. 만물이 도를 존경하고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도나 덕이 명령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그러하기 때문임을 제시하며, 도가 낳고 덕이 기르는 이 과정을 '생而不有, 為而不恃, 長而不宰'(낳으면서도 소유하지 않고, 행하면서도 기대지 않으며, 자라게 하면서도 주재하지 않는다)라는 '현덕(玄德)'의 속성으로 설명합니다.

도가 낳고 덕이 기른다. 만물은 스스로 자란다.

 

 

📜 원문 (原文)

  51   

道生之
德畜之
物形之
勢成之
是以萬物莫不尊道而貴德
道之尊德之貴
夫莫之命而常自然
故道生之德畜之
長之育之
亭之毒之
生而不有
為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 원문 의미

  51   

도(道)는 그것들(만물)을 낳는다.
덕(德)은 그것들(만물)을 기른다.
사물(物)은 그것들(만물)에게 형태를 준다.
형세(세력/환경)는 그것들(만물)을 완성시킨다.
이로써 만물(온갖 것) 중에 도(道)를 높이고 덕(德)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없다.
도(道)의 높음과 덕(德)의 귀함은,
무릇 그것들(만물)에게 명령하는 것이 없으면서도 항상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도(道)는 그것들(만물)을 낳고 덕(德)은 그것들(만물)을 기른다.
그것들(만물)을 자라게 하고, 그것들(만물)을 양육한다.
그것들(만물)을 안정시키고, 그것들(만물)을 성숙시킨다.
낳으면서도 소유하지 않고,
행하면서도 기대지 않으며,
자라게 하면서도 주재하지 않는다.
이것을 현덕(현묘한 덕)이라고 이른다.

 

💧 구절별 해설 및 해석 (逐句解說與解釋)

 

1. 道생지덕축지물형지세성지 (道生之 德畜之 物形之 勢成之)

o  문자적 의미: 도(道)는 그것들(만물)을 낳는다. 덕(德)은 그것들(만물)을 기른다. 사물(物)은 그것들(만물)에게 형태를 준다. 형세(세력/환경)는 그것들(만물)을 완성시킨다.

 

o  해설: '之(지)'는 모두 뒤에 나올 '萬物'(만물)을 가리킵니다. '道生之(도생지)'는 '도(道)가 만물을 낳는다(生)'. 도는 만물의 근원적인 시초임을 강조합니다 (제42장 '道生一'과 연결). '德畜之(덕축지)'는 '덕(德)이 만물을 기른다(畜)'. '德'은 도가 만물에 내재되어 발현되는 힘으로, 만물을 양육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物形之(물형지)'는 '사물(物)이 만물에게 형태를 준다(形)'. 물리적인 물질이나 요소들이 만물의 구체적인 형태를 이루는 바탕이 됨을 말합니다. '勢成之(세성지)'는 '형세/환경(勢)이 만물을 완성시킨다(成)'. 외부적인 조건, 환경, 시간의 흐름 등이 만물을 최종적으로 성숙시키고 완성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o  해석: 만물이 존재하게 되는 과정은 도(근원)에서 비롯되어 생겨나고, 덕(내재된 힘)에 의해 길러지며, 물리적인 사물(외부 재료)을 통해 형태를 갖추고, 주변 환경(형세) 속에서 완성된다는 포괄적인 설명입니다. 도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근본 에너지이며, 덕은 그 에너지가 만물 속에서 생명력으로 발현되는 힘이고, 물과 세는 만물이 구체화되고 현실화되는 외적, 환경적 요인입니다.

 

2. 시이만물막불존도이귀덕 (是以萬物莫不尊道而貴德)

o  문자적 의미: 이로써 만물(온갖 것) 중에 도(道)를 높이고 덕(德)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없다.

 

o  해설: '是以(시이)'는 앞선 만물 생성/양육/완성 과정을 보았기 때문에, '그러므로'. '萬物莫不(만물 막불)'은 '만물(萬物) 중에 ~하지 않는 것이 없다(莫不)', 즉 '모든 만물이 ~한다'는 강한 긍정입니다. '尊道而貴德(존도 이 귀덕)'은 '도(道)를 높이고(尊) 덕(德)을 귀하게 여긴다(貴)'.

 

o  해석: 만물이 도를 근원으로 생겨나 덕의 힘으로 길러지기 때문에, 세상 모든 만물은 본능적으로 만물의 시원인 도를 존경하고 만물을 기르는 덕을 귀하게 여깁니다. 이는 인위적인 가르침이나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만물의 반응입니다.

 

3. 도지존덕지귀부막지명 이 상자연 (道之尊德之貴 夫莫之命而常自然)

o  문자적 의미: 도(道)의 높음과 덕(德)의 귀함은, 무릇 그것들(만물)에게 명령하는 것이 없으면서도 항상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o  해설: '道之尊德之貴(도지존 덕지귀)'는 '도(道)가 높여지고(之尊), 덕(德)이 귀하게 여겨지는(之貴) 것'입니다. 앞 구절에서 '萬物莫不尊道而貴德'이라고 한 결과입니다. '夫(부)'는 문장을 시작하는 어조사. '莫之命(막지명)'은 '아무것도(莫) 그것들(之, 만물)에게 명령하지 않는다(命)'. '而常自然(이 상자연)'은 '~이면서도(而) 항상(常) 자연스럽다(自然)'. 여기서 '自然'은 도의 본질적인 상태이자 만물이 스스로 그러한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o  해석: 만물이 도를 존경하고 덕을 귀하게 여기는 이유는, 도나 덕이 마치 군주처럼 명령하거나 강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만물을 낳고 기르기 때문입니다. 도나 덕은 만물에게 아무런 명령도 하지 않지만, 만물은 그 자연스러운 작용에 따라 존재하고 변화하므로 도나 덕을 따르고 존경하게 됩니다.

 

4. 고도생지덕축지장지육지정지독지 (故道生之德畜之 長之育之 亭之毒之)

o  문자적 의미: 그러므로 도(道)는 그것들(만물)을 낳고 덕(德)은 그것들(만물)을 기른다. 그것들(만물)을 자라게 하고, 그것들(만물)을 양육한다. 그것들(만물)을 안정시키고, 그것들(만물)을 성숙시킨다.

 

o  해설: '故(고)'는 앞선 내용('만물이 도덕을 존경하는 이유')에 대한 부연 설명이자 결과입니다. 다시 한번 '道生之德畜之'를 반복하며 도덕의 근본적인 역할을 강조합니다. '長之育之(장지육지)'에서 '長(장)'은 자라게 하다, 성장시키다. '育(육)'은 양육하다, 기르다. '亭之毒之(정지독지)'에서 '亭(정)'은 멈추게 하다, 안정시키다, 형태를 갖추게 하다. '毒(독)'은 본래 독 독자이나, 여기서는 고어로서 '자라다', '성숙하다', '완성하다', '두텁게 하다' 등의 의미로 해석됩니다. 만물의 생명 주기를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를 의미합니다.

 

o  해석: 도가 만물을 처음 생겨나게 할 뿐만 아니라, 덕의 힘과 함께 만물을 자라게 하고, 길러내며, 안정적인 형태를 갖추게 하고, 최종적으로 성숙하여 완성되도록 돕는 모든 과정에 관여합니다. 도덕의 만물 생성 및 양육의 전 과정을 강조합니다.

 

5. 생이불유 위이불시장이 부재시위현덕 (生而不有 為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o  문자적 의미: 낳으면서도 소유하지 않고, 행하면서도 기대지 않으며, 자라게 하면서도 주재하지 않는다. 이것을 현덕(현묘한 덕)이라고 이른다.

 

o  해설: 제10장과 34장에서 도나 성인의 태도를 묘사했던 구절을 다시 사용합니다. '生而不有(생이 불유)'는 '낳았지만 소유하지 않는다'. '為而不恃(위이 불시)'는 '행했지만 기대지 않는다/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 '長而不宰(장이 부재)'는 '자라게 했지만 주재하지 않는다/지배하지 않는다'. '是謂玄德(시위 현덕)'은 '이것을(是謂) 현덕(玄德)이라고 부른다'. '玄德'은 도의 오묘하고 깊이 있는 덕성입니다.

 

o  해석: 도가 만물을 낳고 기르는 과정은, 그 결과(만물)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집착하지 않고, 만물을 길러낸 공로를 자랑하거나 기대지 않으며, 만물의 성장과 발전을 마음대로 지배하거나 조종하려 들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비소유, 비주장, 비지배의 방식이야말로 도에서 비롯된 지극히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현덕(玄德)'의 본질입니다.

 

🌳 전체 해석

  51   

쉰한 번째 장은 모든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고 자라나는지 이야기합니다.

 

만물의 근원인 도(道)는 모든 생명을 '낳습니다'. 그리고 도에서 나온 '덕(德)'은 그 생명들을 '기릅니다'. 물리적인 '사물'들은 그 생명들에게 '형태를 갖추게' 하고, 주변의 '환경이나 형세'는 그 생명들을 '완성'시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만물은 도(道)를 높이고 덕(德)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도가 높여지고 덕이 귀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도나 덕이 마치 왕처럼 만물에게 명령하거나 강요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만물을 낳고 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도는 만물을 낳고 덕은 만물을 기릅니다. 또한 만물을 자라게 하고, 양육하며, 안정적인 형태를 갖추게 하고, 최종적으로 성숙하여 완성되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도나 덕은 이렇게 만물을 낳고 기르는 위대한 일을 하면서도, 그 결과(만물)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집착하지 않습니다. 만물을 길러낸 공로를 자랑하거나 '기대지 않으며', 만물의 성장과 발전을 마음대로 '지배하거나 조종하려 들지' 않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만물을 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지극히 자연스럽고 깊이 있는 '현덕(玄德)'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 제51장의 전체적인 의미와 중요성

 

제51장은 다음과 같은 핵심 사상을 제시합니다.

 

  1. 만물 생성/양육의 과정: 도(생)-덕(축)-물(형)-세(성)로 이어지는 과정은 만물이 도를 근원으로 하여 다양한 요소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존재하고 완성됨을 설명합니다.
  2. 도덕의 존경/귀함: 만물이 도를 존경하고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도덕이 명령해서가 아니라 그 자연스러운 작용(낳고 기름) 때문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강압이 아닌 자연스러움이 진정한 존경을 이끌어냄을 보여줍니다.
  3. 도덕의 양육적 역할 심화: 도덕의 만물에 대한 역할이 단순한 생성을 넘어, 성장, 양육, 안정, 성숙까지 포함하는 전 과정임을 재확인합니다.
  4. 현덕(玄德)의 본질: '生而不有, 為而不恃, 長而不宰'는 도가 만물을 낳고 기르는 방식, 즉 현덕의 핵심 속성입니다. 소유욕, 공치사, 지배욕을 내려놓는 비이기적이고 무위적인 태도가 진정한 덕임을 강조합니다 (제10장, 34장과 연결).
  5. 무위(無위)의 실천적 의미: 도덕이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도 만물을 이처럼 완벽하게 낳고 기르는 것처럼, 도를 따르는 사람도 이러한 현덕의 속성을 본받아 비소유, 비주장, 비지배의 삶을 실천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제51장은 도덕경에서 도덕의 관계와 덕의 본질에 대해 심도 깊게 설명하는 중요한 장입니다. 만물이 도덕의 힘으로 생겨나고 길러지지만, 도덕은 그 공을 내세우거나 소유하지 않는 겸손하고 무위적인 방식으로 작용함을 강조하며, 이러한 '현덕'의 속성이 도가 사상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덕성임을 분명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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