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노자 도덕경

노자 도덕경 제63장: 무위(無為), 무사(無事), 무미(無味)의 실천

Change Book 2025. 5. 8.

노자 도덕경 제63장은 도(道)의 원리에 기반한 실천론을 제시하는 장입니다. '함이 없이 행하고(為無為)', '일 없이 일하며(事無事)', '맛 없이 맛보는(味無味)'라는 세 가지 역설적인 구절을 통해 무위(無為)의 삶의 방식을 설명합니다. 또한 사물의 변화 법칙, 즉 '작은 것에서 시작하여 큰 것을 이루고', '어려움은 쉬운 곳에서 비롯된다'는 이치를 강조하며, 도를 따르는 사람은 이러한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고 무위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대처하며 진정으로 큰일을 이룬다고 말합니다. 인위적인 노력과 집착을 버릴 때 자연스럽게 만사가 이루어짐을 역설하는 중요한 장입니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이 시작된다.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이 시작된다.

 

 

📜 원문 (原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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為無為
事無事
味無味
大小多少
報怨以德
圖難於其易
為大於其細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是以聖人終不為大
故能成其大
夫輕諾必寡信
多易必多難
是以聖人猶難之
故終無難矣

 

📃 원문 의미

  63   

함이 없음(무위)의 방식으로 행하고,
일이 없음(무사)의 방식으로 일하며,
맛이 없음(무미)의 방식으로 맛본다.
크거나 작거나, 많거나 적거나,
원한을 덕으로써 갚는다.
어려운 것을 쉬운 곳에서 도모하고,
큰 것을 작은 곳에서 한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시작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데서 시작된다.
이로써 성인은 끝내 큰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능히 그 큰 일을 이룰 수 있다.
무릇 가벼운 약속은 반드시 믿음이 적고,
쉽게 여기는 것은 반드시 어려움이 많다.
이로써 성인은 오히려 그것을 어렵게 여긴다.
그러므로 끝내 어려움이 없다.

 

💧 구절별 해설 및 해석 (逐句解說與解釋)

 

1. 為無為 事無事 味無味 (위무위 사무사 무무미)

o  문자적 의미: 함이 없음(무위)의 방식으로 행하고, 일이 없음(무사)의 방식으로 일하며, 맛이 없음(무미)의 방식으로 맛본다.

 

o  해설: 도가 사상의 핵심 실천 원리인 '무위(無為)'를 세 가지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모두 역설적인 표현입니다.

  • 為無為(위무위): '함이 없는 상태(無為)를 행하다(為)'. 인위적인 노력이나 목적 의식 없이 자연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3장 '為無為 則無不治'와 연결됩니다.
  • 事無事(사무사): '일 없는 상태(無事)를 일 삼다(事)'. 인위적으로 복잡한 일이나 계획을 벌이지 않고,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간섭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57장 '以無事取天下'와 연결됩니다.
  • 味無味(무무미): '맛 없는 상태(無味)를 맛보다(味)'. 자극적인 맛이나 욕망을 추구하기보다, 담백하고 소박한 본연의 맛, 즉 도의 덤덤한 진리를 즐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12장 '五味令人口爽', 제35장 '道之出口 淡乎其無味'와 연결됩니다.

 

o  해석: 도를 따르는 삶은 인위적인 노력과 간섭을 멈추고, 자극적인 욕망을 버리며, 자연스러운 상태와 담백함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진정한 행위(為), 일(事), 맛봄(味)이라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 大小多少 (대소 다소)

o  문자적 의미: 크거나 작거나, 많거나 적거나,

 

o  해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나 현상의 양적/질적인 상태를 포괄적으로 나타냅니다. 뒤따르는 '報怨以德', '圖難於其易', '為大於其細'와 연결됩니다.

 

o  해석: 세상의 모든 대립적인 상태, 즉 크고 작음, 많고 적음 등을 대할 때, 도의 원리를 적용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3. 報怨以德 (보원 이덕)

o  문자적 의미: 원한을 덕으로써 갚는다.

 

o  해설: '報怨(보원)'은 원한을 갚는 것, 복수하는 것입니다. '以德(이덕)'은 '덕으로써(以) 덕(德)'. 여기서 '德'은 도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포용력, 자비, 관용을 의미합니다.

 

o  해석: 자신에게 해를 입히거나 원한을 산 사람에게 복수심으로 대하는 대신, 도의 원리에 따라 포용력과 관용이라는 '덕'으로 대해야 함을 말합니다. 이는 유가에서 말하는 '정의로움(直)'으로 갚는 것과 대조되는 도가적 처세 방식입니다 (제49장 '善者吾善之 不善者吾亦善之'와 연결).

 

4. 圖難於其易 為大於其細 (도난 어기이 위대 어기세)

o  문자적 의미: 어려운 것을 쉬운 곳에서 도모하고, 큰 것을 작은 곳에서 한다.

 

o  해설: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 대한 도가적 지혜입니다. '圖難於其易(도난 어기이)'에서 '圖難'은 '어려운 것(難)을 도모하다/처리하다(圖)'. '於其易'는 '그것(其)의 쉬운 곳/상태에서(於) 쉬움(易)'. 즉, 문제가 아직 쉬울 때, 또는 쉬운 부분부터 해결한다는 의미입니다. '為大於其細(위대 어기세)'에서 '為大'는 '큰 것(大)을 하다/이루다(為)'. '於其細'는 '그것(其)의 작은 곳/부분에서(於) 작음(細)'. 즉, 일이 아직 작을 때, 또는 작은 부분부터 시작한다는 의미입니다.

 

o  해석: 어려운 문제나 큰일은 그것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 즉 아직 작고 쉬울 때 해결하고 준비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문제가 커지거나 어려워진 후에 해결하려 들면 이미 늦는다는 실천적 지혜입니다. 이는 자연의 이치, 즉 모든 큰 결과는 작은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입니다.

 

5.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천하난사 필작어이 천하대사 필작어세)

o  문자적 의미: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데서 시작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데서 시작된다.

 

o  해설: 앞 구절의 '圖難於其易, 為大於其細'의 근거가 되는 자연의 법칙입니다. '天下難事(천하난사)'는 세상의 어려운 일. '必作於易(필작어이)'는 '반드시(必) 쉬운 곳/상태에서(於) 시작된다/일어난다(作)'. '天下大事(천하대사)'는 세상의 큰일. '必作於細(필작어세)'는 '반드시(必) 작은 곳/부분에서(於) 시작된다/일어난다(作)'.

 

o  해석: 세상의 모든 어려운 일이나 큰일은 처음부터 어렵거나 큰 상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작고 쉬운 단계에서 시작된다는 자연의 근본적인 변화 원리를 설명합니다. 이는 도가 말하는 '작은 것의 중요성'과 '미세한 징후의 관찰'을 강조합니다 (제64장 '其未兆易謀'와 연결).

 

6. 是以聖人終不為大 故能成其大 (시이성인 종불위대 고능 성기대)

o  문자적 의미: 이로써 성인은 끝내 큰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능히 그 큰 일을 이룰 수 있다.

 

o  해설: '是以(시이)'는 앞선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의 원리를 알기 때문에. '聖人終不為大(성인 종불위대)'에서 '聖人(성인)'은 도를 따르는 이상적인 사람. '終不為大'는 '끝내(終) 큰 일(大)을 하려 하지 않는다(不為)'. 여기서 '為大'는 인위적으로 큰 목표를 설정하고 억지로 큰일을 벌이려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故能成其大(고능 성기대)'에서 '故(고)'는 그러므로. '能成其大'는 '능히(能) 그(其) 큰 일(大)을 이룰 수 있다(成)'.

 

o  해석: 성인은 모든 큰일이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이치를 알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큰 목표를 내세우거나 억지로 큰일을 벌이려 나서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며 작은 것부터 시작하고, 어려움이 작을 때 해결하며, 무위의 방식으로 행합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태도 덕분에 그는 자연스럽게 가장 큰 성과를 이룰 수 있게 됩니다. '하지 않음으로써 이룬다'는 무위의 역설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제37장 '道常無為而無불為'와 연결).

 

7. 夫輕諾必寡信 多易必多難 (부 경낙 필과신 다이 필다난)

o  문자적 의미: 무릇 가벼운 약속은 반드시 믿음이 적고, 쉽게 여기는 것은 반드시 어려움이 많다.

 

o  해설: 인생의 교훈적인 두 가지 비유를 제시합니다. '夫(부)'는 어조사. '輕諾必寡信(경낙 필과신)'에서 '輕諾'은 가벼운 약속. '必寡信'은 반드시(必) 믿음이 적다(寡信). '多易必多難(다이 필다난)'에서 '多易'는 많은 것을 쉽게 여기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必多難'은 반드시(必) 어려움이 많다(多難).

 

o  해석: 쉽게 내뱉는 가벼운 약속은 신뢰를 얻지 못하듯이, 어떤 일에 대해 신중하지 않고 쉽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반드시 그 일에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인위적인 교만과 경솔함의 위험을 경고하며,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8. 是以聖人猶難之 故終無難矣 (시이성인 유난지 고종 무난의)

o  문자적 의미: 이로써 성인은 오히려 그것(쉬운 일, 작은 일)을 어렵게 여긴다. 그러므로 끝내 어려움이 없다.

 

o  해설: '是以(시이)'는 앞선 교훈('경솔함과 쉽게 여김의 위험')을 바탕으로. '聖人猶難之(성인 유난지)'에서 '猶難之'는 '오히려(猶) 그것(之, 쉬운 일, 작은 일)을 어렵게 여긴다(難)'. 성인은 작은 일이나 쉬운 일이라도 결코 쉽게 여기지 않고 신중하게 대합니다. '故終無難矣(고종 무난의)'에서 '故(고)'는 그러므로. '終無難矣'는 '끝내(終) 어려움(難)이 없다(無)', '矣'는 어조사.

 

o  해석: 성인은 모든 큰일과 어려움이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이치를 알고, 또한 쉽게 여기는 태도가 어려움을 불러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소하거나 쉬워 보이는 일이라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고 신중하게 대합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신중함 덕분에 그는 끝내 어떤 큰 어려움도 겪지 않게 됩니다. '어려움을 어렵게 여기지 않음'으로써가 아니라 '쉬움을 어렵게 여김'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도가적 역설입니다.

 

🌳 전체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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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세 번째 장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道)의 지침을 줍니다.

 

도를 따르는 삶은 '억지로 애쓰는 일 없이 자연스럽게 행하고(為無為)', '복잡한 일을 벌이거나 간섭하지 않고 일 삼으며(事無事)', '자극적인 맛이나 욕망보다 담백한 본질을 맛보는(味無味)' 것입니다.

 

세상에는 크거나 작거나, 많거나 적거나 하는 모든 대립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우리는 원한을 산 상대에게 복수하기보다, 도에서 비롯된 '포용력과 관용이라는 덕'으로 갚아야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는 '어려운 일이라도 그것이 아직 쉬운 상태일 때 도모하고', **'큰 일이라도 그것이 아직 작은 부분일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어려운 일은 반드시 '아직 쉬운 상태일 때 시작'되고, 모든 큰일은 반드시 '아직 작은 부분일 때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치를 알기 때문에, 도를 따르는 성인은 인위적으로 '큰 목표를 내세우거나 억지로 큰일을 벌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자연스럽게 '가장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억지로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이룬다'는 도의 역설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알아야 할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가벼운 약속은 반드시 믿음이 적어지고', '많은 것을 쉽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반드시 어려움이 많이 따르게' 됩니다.

 

이러한 위험을 알기 때문에, 도를 따르는 성인은 오히려 사소하거나 쉬워 보이는 일이라도 '어렵게 여기고 신중하게 대합니다'. 그러므로 그는 끝내 어떤 '큰 어려움도 겪지 않게' 됩니다.

 

🌟 제63장의 전체적인 의미와 중요성

제63장은 다음과 같은 핵심 사상을 제시합니다.

 

  1. 무위(無위)의 세 가지 양상: 為無為, 事無事, 味無味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통해 도가적 삶의 핵심인 '인위적인 노력, 간섭, 욕망을 버리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2. 報怨以德: 원한에 대한 복수 대신 덕으로 갚는 도가적 처세와 윤리관을 보여줍니다.
  3. 작은 것과 쉬운 것의 중요성: 모든 큰일과 어려움이 작은 것과 쉬운 것에서 시작된다는 자연의 변화 원리를 강조하며, 문제가 커지기 전에 미리 대처하는 '미제지방(未濟之防)'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4. 성인의 태도: 성인은 인위적으로 큰일을 벌이려 하지 않고(不為大), 쉬운 일이라도 신중하게 대함(猶難之)으로써, 역설적으로 가장 큰 성과를 이루고 어떤 어려움도 겪지 않게 됩니다.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이룬다(無為而無不為)'는 원리가 다시 한번 강조됩니다.
  5. 쉽게 여김의 위험: 가벼운 약속과 쉽게 여기는 태도가 불신과 어려움을 초래함을 경고하며, 신중함과 겸손함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제63장은 도덕경의 핵심 실천 원리인 무위(無위)를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하고, 일상생활과 문제 해결에 도의 지혜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중요한 장입니다. 인위적인 노력과 집착을 내려놓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며, 작은 것부터 신중하게 시작할 때 진정한 성취와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심오한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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